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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와 온라인 게임 뭉치면 휴대 게임기 된다 - 칫솔_초이의 IT 휴게실

국내에서도 휴대 인터넷 장치, MID가 출시되면서 시장 만들기를 시작했습니다. 유경의 빌립 S5와 엠북 M1의 출시에 이어 여러 휴대 플레이어 업체들도 MID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니 앞으로 MID에 대한 여러 업체들의 도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MID는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어디에서나 인터넷을 할 수 있는 휴대 장치입니다. 단순한 웹서핑이나 검색 정도가 아니라, 인터넷 환경의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 모든 것을 포함하지요. 특히 x86 애플리케이션, 그러니까 우리가 윈도 XP나 비스타에서 쓰던 애플리케이션을 변환없이 쓸 수 있는 것이 강점입니다. 물론 온라인 게임을 포함해서 말이죠.
온라인 게임, MID에서 돌아가긴 할까?
그러면 MID에서 우리가 PC에서 즐기는 온라인 게임도 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되긴 합니다. 단지 여러모로 아직 그 기대치를 충족할 만큼은 아닙니다. 특히 PC 수준의 눈높이에서 보면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어느 정도 수준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아래 동영상을 준비했습니다. 빌립 S5에서 카트라이더와 한게임 테트리스를 온라인 상태에서 실행해 본 것으로, 빌립 S5의 제원은 아톰 Z520(1.33GHz), GMA500 그래픽 칩셋, 램 1GB, 60GB 하드디스크이고 무선 랜으로 접속한 상태에서 실행했습니다.
카트라이더는 실행이 다소 느리긴 하지만, 접속 자체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가로 세로 빈틈없이 화면 전체에 게임화면을 표시했고요. 방에 들어가거나 각 메뉴는 등 터치스크린을 통해 별 문제 없이 실행했습니다. 준비를 누르고 실제 게임을 시작하기 전까지 조금 지연이 되기는 했지만, 일단 달려보는 것까지는 가능한 수준이었고요. 게임을 할 수는 있는 데 진행이 매끄럽지 않아 지장이 많았습니다. 또한 왼쪽 위의 스틱으로 속도와 방향 조절을 할 수 있었지만, shift 키와 ctrl 버튼이 없는 탓에 다른 조작은 할 수 없었고요.
예전에 한 번 MID에서 실행되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이 블로그를 통해서 공개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난 해 가을 대만 IDF에서 선보였던 것인데요. WOW 역시 접속과 진행은 어느 정도 가능했습니다.(어떤 분의 평을 빌리면 카트보다 덜 무겁다고 하더군요.)
한게임 테트리스는 카트라이더보다는 좀더 수월하게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카트라이더만큼 복잡하고 화려함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여섯 명이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것을 감안하면 네트워크에서의 문제점은 없는 듯 보입니다. 다만 조작이 최적화되어 있지 않은 게 문제 아닌 문제였지요.
MID, 온라인 게임과 각종 산업의 결합 가능
MID의 킬러 앱은 당연히 인터넷입니다. 하지만 MID가 정말 인터넷 환경을 PC와 똑같이 그대로 실행할 수 있느냐면 아직은 아닙니다. PC나 노트북 등에서 할 수 있는 수많은 일을 모두 실행하는 데 충분한 성능을 낼 수 있을 정도는 분명 아니거든요.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걸림돌은 뭐니뭐니해도 온라인 게임입니다. 온라인 게임은 프로그래밍만 아니라 플랫폼의 성능과 네트워크 인프라 같은 여러 기술적, 사회적 환경을 결합한 복합적 산물이지만, 이 작은 장치가 제대로 수행하기에는 아직 힘겨워 보입니다.
하지만 위 세 게임의 사례를 보았듯이 그 가능성 자체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문제없이 실행했고, 게임도 즐길 수 있었습니다. 플랫폼이 좀더 강해지고, 무선 인터넷 인프라를 확장하면서 MID 성능에 맞는 게임 최적화가 이뤄지면 온라인 게임의 휴대 게임화가 가능해집니다. 이는 우리나라 게임 업체들은 추가 개발 없이 현재의 컨텐츠를 손질해 휴대 게임 산업으로 확장하는 것과 동시에 세계화가 가능하고, 국내 MID 업체들은 이 킬러앱을 수행하는 데 불편하지 않은 MID로 판로를 확장하며, 와이브로처럼 지지부진한 무선 인터넷 인프라를 서둘러 구축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칩셋 제조사 역시 좀더 강력한 성능을 가진 부품을 값싸게 공급해야 하는 당위성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바로 며칠 전 중국에서 열린 인텔 개발자 포럼에서 MID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아난드 챈드라셰커는 MID에서 퀘이크3를 실행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PC Gaming, In Your Pocket”이라고 강한 어조로 강조했습니다. MID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가장 많은 정력을 쏟고 있는 한 사람이 포켓 게이밍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해에는 HD 동영상을 강조했고 물론 게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올해만큼 강하게 말하지는 않았지요. “봐라, 퀘이크3도 돌아가는 MID가 바로 포켓 PC 게임기 아니냐?”라는 메시지는 인텔도 결국 PC 게임을 MID의 킬러 앱으로 인정하고 게임 업계에 대한 협력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나 다름 없다고 봐도 틀리지 않습니다.
온라인 게임이 강한 우리나라 게임 산업의 특성상 어느 한 업체가 휴대 게임기 산업을 주도한다고 해도 그것이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아무리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새로운 소비와 개발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퍼부어도 성공을 장담하기 힘듭니다. 한국이라는 작은 시장을 움켜쥐기 위해 비용과 시간의 소모가 무의미한, 세계를 상대로 가능성이 희박한, 더욱이 세계 시장은 NDS와 PSP가 강력한 성역을 구축한 터라 뚫고 들어가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에 비하면 MID는 휴대 온라인 게임 시장을 여는 데 수월합니다. 여러 이해 당사자들이 생각을 합치기만 하면 되니까요. 무엇보다 MID의 휴대 게임기화는 우리나라 게임 산업을 구성하는 각 사업자들의 위험부담을 줄여줄 수도 있습니다. 게임 업체는 현재 개발 환경과 온라인 사업 영역을 유지한 채 게임 시장을 확장하기 위한 플랫폼 개발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MID에 필요한 무선 인터넷 컨텐츠와 인프라를 고민하는 제조 업체 역시 고민을 털어버릴 수 있고, 무선 인터넷 업체도 컨텐츠와 플랫폼에 대한 문제에서 벗어나면 무선 망 이용률을 늘리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에 따라 적극성에 차이는 있지만, 위험부담을 줄이면서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이유는 충분해 보입니다.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무조건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MID의 게임기화에 예상되는 문제와 해결 과제도 적지는 않지요.
1. 먼저 무선 온라인 게임에 대한 업계 표준이 필요합니다. MID마다 다른 구성, 게임마다 다른 제원을 요구하면 결과적으로 휴대 온라인 게임의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게임을 실행할 프로세서의 최소 성능과 램, 여유 디스크 공간, 해상도, 네트워크 속도 등 최소 제원과 더불어 물론 기본 버튼 구성까지 표준안이 있어야 합니다. 적어도 몇 년은 지켜질 수 있는 표준안이 되어야 하겠지요.
2. MID의 가격이 너무 비쌉니다. 지금 MID는 대당 50~70만 원 선에서 판매됩니다. 휴대 PC 관점에서야 비싼 게 아닐지 몰라도 게임 플랫폼으로서 갖는 가격 경쟁력은 거의 없다시피 한 게지요. 이 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제조 원가를 낮추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물론이고 유료 게임 또는 무선 데이터망 가입에 따른 할인 정책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터치스크린은 물론 방향 버튼과 조작 버튼 등 MID에서 게임을 즐기기 좋은 UI를 다듬을 필요가 있다.
3. MID 특성상 마우스를 이용한 컨트롤이 쉽지 않습니다. 터치스크린 또는 표준 버튼에 맞춰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변화도 필요합니다.
4. 언제나 값싸고 안정적으로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와이브로가 값은 그런 대로 싼 편이지만 접속 속도나 지역이 제한적입니다. 아직은 무선 인터넷 인프라가 완벽하게 구축된 상황은 아니므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장애 요소인 것은 분명합니다.
분명 문제점은 더 있습니다만 MID가 가진 경쟁력, 특히 개발 리스크가 적고 협력이 가능한 부분과 충분한 소비 시장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주목했으면 합니다. 특히 지금까지 게임은 모든 장치의 킬러 앱으로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앞서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은 특정 시장의 킬러 앱으로서 그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온라인 게임이 킬러 앱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차세대 산업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MID를 통해 온라인 게임의 휴대 게임화가 가능해지는 것을 보여준다면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은 이 분야에서 확고한 킬러 앱으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쓸데없는 명텐도 만들기에 기운 빼지 말고)우리나라가 가진 온라인 게임 분야의 강점과 결합할 수 있는 산업을 좀더 효과적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관련 업계가 지혜를 모으고 역량을 발휘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